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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니아 1: 기억의 실타래, 피처폰 명작 제노니아가 스팀으로 돌아오다!게임 리뷰 2026. 9. 4. 08:00

피처폰 시절 게임을 지금 다시 한다는 건 이상한 경험입니다. 그때는 그 작은 화면이 전부였고 방향키 몇 개로 하는 조작이 당연했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모든 게 낯설거든요. 그래서 이런 복각은 대개 추억을 확인하는 데서 끝납니다. 몇 분 만져보고 아 이랬지 하고 닫는 거죠. 그런데 제노니아 1은 조금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2014년 12월에 서비스가 끝난 뒤 정식으로 즐길 방법이 없었던 게임이고, 콘솔판이나 apk 파일을 직접 구하는 것 말고는 손댈 길이 막혀 있었어요. 그러니 지난 8월 31일 스팀 출시는 추억 확인이 아니라 12년 만의 복귀에 가깝습니다. 가격은 8,910원이고 출시 기념으로 약 2주간 추가 10% 할인이 붙습니다.
2008년 8월, 이 게임은 정보이용료 3천 원에 피처폰으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었고, 게임 하나 받으려면 통신사 데이터 요금까지 걱정해야 하던 시절이었죠. 당시 게임빌은 컴투스와 합병 전이었고, 컴투스 프로야구와 놈 시리즈와 함께 게임빌을 대표하던 3대 게임 중 하나가 제노니아였습니다. 셋 중 나머지 둘은 이후 명맥이 끊겼습니다. 물가에 돌튕기기가 먼저 사라졌고, 게임빌 프로야구도 2013년을 끝으로 멈췄어요. 제노니아만 유일하게 현역으로 남아 있다가 결국 이쪽도 역사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니 이번 복각은 게임빌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마지막 시리즈가 돌아오는 셈이기도 합니다.

리얼리티 액션 RPG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나왔는데 그 말이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낮과 밤이 바뀌고, 오래 돌아다니면 허기 게이지가 차서 음식을 먹어야 했으며, 아이템을 많이 들면 무게 때문에 이동 속도가 떨어졌습니다. 지금이야 서바이벌 게임에서 흔한 요소지만 2008년 피처폰에서 이걸 구현했다는 건 다른 이야기예요. 성공은 컸습니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옮겨갔고 NDS와 PSP 버전까지 나왔으며, 시리즈 전체 누적 다운로드가 6,300만 건에 이릅니다. 넘버링만 5편에 스핀오프까지 합치면 9편이 나온 장수 시리즈가 됐고, 그 출발점이 이 게임입니다.
2008년 피처폰 게임에 낮과 밤, 허기, 무게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제노니아 1에는 후속작에 없는 특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낮과 밤에 따라 이야기 루트가 갈린다는 점이에요. 분기점에서 낮의 조합 루트와 밤의 조합 루트로 나뉘는데, 같은 게임을 두 번 하면 다른 이야기를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시스템은 시리즈 전체에서 1편에만 있습니다. 후속작들은 이어받지 않았거든요. 왜 버렸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개발 부담이 컸을 거라는 추측은 가능합니다. 다른 하나는 날씨입니다. 맵을 이동하다 보면 가끔 비가 내립니다. 게임플레이에 큰 영향은 없어요. 그런데 피처폰 화면에 비가 오는 걸 보면서 이 세계가 살아 있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 시절 게임에서 아무 기능 없는 연출을 넣는다는 건 사치에 가까웠으니까요.
여기에 선과 악 시스템이 얹힙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 리그릿의 성향이 갈리고 그게 이야기에 영향을 주죠. 클래스는 셋입니다. 균형 잡힌 전사, 방어력이 높은 팔라딘, 공격력이 강한 어쌔신. 전사의 경우 적을 때리고 바로 대시하면 평타 후딜레이가 사라지는 기술이 있어서, 이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플레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는 화룡 라돈이 기다립니다. 원작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 이름에서 이미 반응하실 거예요.
스팀 버전은 원작의 도트 그래픽과 핵심 재미를 그대로 두고 최신 PC 환경에 맞춰 최적화했습니다. UI와 편의성을 손봤고, 넓은 화면과 개선된 조작감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컴투스홀딩스의 설명입니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와 번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까지 지원하고요. 리메이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둬야겠습니다. 그래픽을 새로 그린 게 아니라 원본 도트를 큰 화면에 맞게 다듬은 수준입니다. 그러니 2008년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게 이 게임의 매력이자 한계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보다 반가웠던 건 따로 있습니다. 과금이 없다는 점입니다. 원작에는 네트워크 상점이 있었어요. 유료 아이템을 파는 곳이었죠. 스팀 버전에서는 이게 업적 상점으로 바뀌었고, 인게임 재화로 구매하는 방식이라 추가 결제가 없습니다. 8,910원 한 번 내면 끝이에요. 피처폰 시절에도 정보이용료 3천 원이면 끝이었던 게임이라, 이 방식이 원작 정신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요즘 복각판들이 원작에 없던 과금을 붙여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제노니아 1은 그 반대로 갔습니다.
원작에 있던 유료 상점을 없애고 나왔습니다.

출처 : 스팀상점 다만 솔직하게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스팀 페이지가 처음 열렸을 때는 하드 모드가 없었어요. 나중에 추가됐는데 그 하드 모드도 아이템과 레벨이 리셋되는 구조라 원작 팬들 사이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원작 하드 모드는 키운 캐릭터를 그대로 들고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는 방식이었거든요. 더 심각한 건 세이브 문제였습니다. 초창기 버전에서 최종 보스를 잡고 게임을 껐다 켜면 보스를 잡기 전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는 겁니다. 엔딩을 봤는데 저장이 안 된 셈이죠. 이런 문제들이 정식 출시 시점에 전부 해결됐는지는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8월 31일 이후 나온 정보에서는 해당 문제가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구매 전에 스팀 커뮤니티에서 최근 리뷰를 한 번 훑어보시길 권합니다.
1편만 스팀에 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편과 3편은 팬이 만든 리마스터판이 이미 있거든요. 그런데 1편은 너무 오래돼서 리마스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출시는 팬들이 손대지 못한 유일한 작품을 원 개발사가 직접 되살린 셈이에요. 여기서 하나 더 짚을 게 있습니다. 컴투스홀딩스는 2020년에 제노니아 IP로 모바일 신작을 만들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온 결과물이 전형적인 리니지 라이크였고, 팬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죠. 원작이 가진 싱글 플레이 액션 RPG의 감각은 온데간데없고 자동 사냥과 확률형 아이템만 남은 게임이었습니다. 그 이후 이 IP는 사실상 멈춰 있었어요. 이번 1편 복각은 그 실패 뒤에 나온 첫 움직임이고, 원작 그대로 가져오면서 과금까지 없앤 건 그때 등을 돌린 팬들에게 보내는 답으로 읽힙니다.
원작을 해보신 분이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12년 만에 정식으로 다시 할 수 있게 됐고 원작에 있던 유료 상점까지 빠졌으니까요. 커피 한 두 잔 값입니다.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다릅니다. 2008년 피처폰 게임의 감각을 그대로 옮긴 작품이라 요즘 액션 RPG를 기대하시면 실망하실 수 있어요. 대신 낮과 밤에 따라 루트가 갈리고 허기와 무게를 신경 써야 하는 구조는 지금 봐도 독특합니다. 도트 그래픽 액션 RPG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만 원 아래 가격에 확인해볼 만한 물건입니다.
앞으로 남은 건 두 가지입니다. 초창기 빌드에서 지적된 세이브 문제가 정식판에서 확실히 잡혔는지, 그리고 2편과 3편이 스팀으로 이어질지. 첫 번째는 스팀 리뷰에서 곧 답이 나올 것이고, 두 번째는 이번 1편이 얼마나 팔리느냐에 달렸겠죠.
감사합니다. Kyrie였습니다!🎮
핵심 정리
기대되는 점 12년 만의 정식 복귀 · 원작 유료 상점 삭제, 추가 과금 없음 · 시리즈 유일의 낮·밤 분기 루트 · 8,910원
우려되는 점 초창기 빌드 세이브 버그 이력 · 하드 모드 리셋 구조에 대한 팬 불만 · 2008년 감각 그대로라 신규 유저 진입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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